2019/03/27 13:29

복작복작 思考

마음은 복작거리는것 같은데.. 그래도 들여다보면 시간은 흘러간다. 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어쩔 때는 어떤 다짐을 했다가, 또 어느때는 땅바닥에 들러붙은 껌딱지처럼 그냥 그렇다. 늘어져 있고만 싶고.. 그래도 겉에서 보면 참으로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니.. 이것도 재주다 싶다. 괜찮긴 한데, 또 괜찮지 않고 싶은 이 마음. 일련의 경험뿐 아니라 그냥 삶이 총체적으로 뭔가 그렇다. 

뭔가 그렇긴 한데, 아직 풀어내지도 못해서 정리가 안된다. 여러 마음들이 실타래 엉키듯이 정신없이 헝크러져있어서 일단 어느쪽이든 끄트머리 하나 찾아내야하는데 이건지 저건지 우왕좌왕하다 시간만 흘러보내는것 같다. 하나하나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하고.. 이런. 시간이 얼마나 더 흐르면 내 삶의 길에 안착하게 될까. 어느 곳, 어디쯤에 다다라야 알 수 있을까.

요새 마시는 빈은 콜럼비안 수프리모. 


2019/03/26 04:34

로얄 밀크티 茶園

1. 친구가 온다. 이 곳에 3개월 연수 일정으로 오게되었다. 점점 삼켜야 하는 말들이 많아진다. 답답하고, 알게모르게 그런것들로 스트레스 받는 내가 하찮게 느껴진다. 아. 쓰잘데없이 예민하고, 쓸데없는 감정이입은 사람을 지치게만 한다.

2. 얼마전에 재미삼아서 콤부차에 들어가는 티벳버섯-scoby- 를 배양해봤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재미도 있었다. 어렸을땐 엄마가 마시라고 주는 그게 그렇게도 싫더니, 맛있기만 하다. 크고 나서 알게 된 어른의 맛인가.

3. 세찬 빗소리가 들린다. 갑작스럽네. 비가 쏟아져서 달콤한 차가 마시고 싶을 땐 로얄 밀크티가 좋다. 물론 그 어마어마한 칼로리는 눈감아야 하지만. 




2019/03/10 15:18

Non-pressurized Espresso M/C 으로 샷 추출_Rocket Apartamento&Rocky Rancilio 茶園

어제 밤. 그러니까 금요일 밤에 비가 많이 왔다. 번개를 동반한 폭우. 원래 이곳은 겨울 동안 눈에 비해(눈은 일년에 한번..) 월등하게 비가 많은 곳이긴 하지만, 그렇다해도 요샌 비가 잦은 편이다. 맑은 날 마시는 커피나 차는 그것대로 특별하지만, 이런 날은 커피나 차가 더 생각난다. 공기중에 수분이 높으면 우울해지나...? 어쨌든, 어젯밤도 푹 자는데엔 실패했지만, 낮에 버티다가 밤에 자야하니까 오전에 커피 한잔 마셨다. (그래도 3~4시간은 잔것 같으니 다행) 평소처럼 더블샷을 뽑고, 밀크 프로딩을 하고, 시나몬 갈아 올려서 라떼 한잔 마셨다. 그러다가, 뭔가.. 예전에 생각했던 (귀찮아서 생각만했던) 에스프레소 뽑는 과정을 써볼까해서 찍은 사진 위주로만 올려본다. 

오랜만에 보는 Rocket Apartamento & Rancilio Rocky 페어링. 처음 이 머쉰을 샀을 때 진짜 이쁜 쓰레기 샀다고 좌절하면서 여기에 글 올린적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진짜 멘붕이었던것 같다. ㅎㅎ 그래서 혹시라도 저처럼 이런 머쉰에 도전하시는 분이 나오신다면, 미리 겁먹지 마시라고, 조금 길게 주절주절 써봅니다. =) (갑자기 존댓말!)

에스프레소 뽑을 때 젤 먼저 할 일은 머쉰 켜놓기예요. 별거 아닌것 같지만, 샷을 뽑고, 밀크 프로딩하는 머쉰 내부의 보일러 온도가 아주 적절하게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샷의 퀄러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핸드드립도(영어로 pour over 라고 하죠. 근데 핸드드립이 더 적절한 단어처럼 느껴짐) 내릴 때 온도 유지시키기 위해 잔도 데우잖아요. 차 마실때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머쉰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15분 전에는 켜놓으시는게 좋아요. 에소 머쉰같은 경우는 온도도 그렇지만 머쉰 내부에 있는 water pump 의 압력도 높아져야 하고요. 기본적으로 에스프레소는 9bar 의 압력을 사용해서 샷을 추출해내니까요! :) (저 9 bar 라는건 기계 자체 내부의 압력이 아니라, 커피 그라인즈에 물이 접촉하는 그 순간 물의 압력을 말합니다. 추출수의 압력이 낮으면 커피와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 주로 쓴맛이 많이 추출되고요, 압력이 높아 너무 쑥- 하고 빠져나오면 ㅎㅎ 커피가 싱겁고 밍밍해요. 즉, 압력이 너무 세서 빨리 뽑으면 extraction 이 충분하지 않아서 가벼운 맛 위주가 되고, 압력이 낮아 천천히 오래 걸려서 뽑으면 쓴 맛이 강조된 커피가 나옵니다. 핸드드립하고 비슷하죠.)

어느 정도 시간을 기다려서 에소 머쉰이 충분히 뜨거워지고 압력이 적정수준에 들어오면 이제 bean 을 준비합니다. pre-ground 된 애들을 쓰기도 하는데, pressurized portafilter(basket) 인 애들은 좀 나을지 몰라도, non-pressurized basket 을 쓰는 애들은 pre-ground 된 애들 쓰면 참.. 망샷 뽑기 쉽습니다. 되도록이면 freshly ground 된 bean 을 사용하는게 당연히 맛도 좋겠죠!

*요 밑에 사진 보시면 오른쪽은 pressurized basket 이고요, 왼쪽은 non-pressurized basket 입니다. 왼쪽이 주로 말하는 전문가용, 커머셜 용이라고 보시면 되요.  [사진 출처]

여튼, 빈을 갈때 어느 빈을 쓰시느냐에 따라 (배전의 정도나, 빈 자체의 종류) 미묘하게 그때마다 빈의 사이즈를 조절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non pressurized 에소머쉰용은 아주 작은 fine grinds + consistency 가 중요합니다. 만약 pressurized 를 쓰신다면, 이런 애들을 약간 보정해주긴 하는데(그 설명은 나중에 좀더 부지런해지면..ㅜ.ㅜ) high end 급의 샷은 안나오고요. (이때 bean 을 담기전에 portafilter 도 뜨겁게 데워져 있어야 합니다!)

그 담에 중요한게 탬핑! 탬핑은 그 아래가 넓대대한 도장 같은 애로(tamper) 커피를 눌러서 표면을 플랫하게 정리해주고, 커피 그라인즈 사이사이 모두 균일한 압력과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예요. 어느 쪽으로 쏠린다던지, 혹은 빈 공간이 생기면 물이 한쪽으로만 흘러가는 channeling 이 형성되어서 커피 전체에서 제대로 extraction 이 일어나지 않거든요. 보통 30lb 였나? 의 힘으로 탬핑을 하라고 하는데, 그래서 저울 위에 올려놓고 누르는 힘을 체크하면서 탬핑하는 사람도 있다네요.

탬핑까지 완료했으면 위의 사진처럼 매끈하게 표면을 정리하고 portafilter 를 group head 에 끼워넣습니다. 물론 그 전에 group head 를 데우기 위해 뜨거운 물을 좀 빼주고(마찬가지로 온도가 뜨겁게 유지되는게 중요해서요!) 샷 글래스 하나를 D 씨가 깨먹어서 걍 나중에 마실 컵을(샷 글래스랑 같이 에소 머쉰 위에 엎어놔서 뜨겁게 데워져 있는) 같이 밑에 받쳐놓고 뽑습니다.

머신 마다 다르지만 제 머쉰의 경우, 샷 레버를 올리고(pre-brew 를 위해 반 정도 올린 레버상태는 제외) 첫번째 방울이 떨어지는 시간은 8~10초. 그리고 double 샷일 경우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약 2oz (50~60ml) 뽑는 경우 25~30 초 안에 flow 가 완료되어야 합니다. 자동 머쉰이 아닌 semi-auto 라서 자기가 판단해서 스탑해줘야 해요. 저는 7.35 sec 에 first drop. 그리고 전체 flow 는 25.46 sec 에 끊었어요. 핸드폰 타이머를 들고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사진까지 찍느라 샷에 크레마가 많이 죽었네요.ㅜ.ㅜ 크레마는 로스팅된 원두의 오일(?) 성분과 로스팅 하면서 원두 내에  생성되어 갇힌 개스, 그리고 여타 다른 각종 원두가 가진 성분들이 추출되면서 형성되는 아주 잔잔한 황금 거품(ㅎㅎ) 이죠. 예전에는 이 크레마가 맛의 절대적인 척도가 되기도 했다는데, 여기서 다시 한번 등장하는 pressurized portafilter! 걔의 경우는 pressurized basket 의 특징 때문에 aeration 이 형성되면서 "fake crema" 가 생기기 때문에 때로는 실제 추출된 용액이 지니고 있는 flavor 랑 상관없이 크레마가 더 풍성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맛있는 커피는 crema 가 풍부하긴 하지만, crema 가 많다고 무조건 맛있는 커피가 아니기도 해요.

만약, 에스프레소 샷을 마신다면 여기서 끝나겠지만 라떼나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면 여기서 추가 공정이 들어가겠죠? 아메라면 뜨거운 물을 섞으면 되고요 (비율은 그야말로 본인 취향입니다. 저는 2~2..5배의 물을 타는 것 같아요), 라떼라면 밀크 프로딩을 해야겠죠. 우유는 차가운 것을 준비해야 합니다. frothing 을 하는 과정에서 우유가 뜨거워지는데, 우유가 충분히 차갑지 않다면 아직 원하는 시점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우유가 뜨거워져서 그.. 특유의 우유 비린내가 나기도 하기 때문이예요. 그러니 냉장고에서 꺼낸 우유를 사용합니다. 프로딩은 그 과정만 해도 설명하려면 뭔가 한참 많은데, 젤 좋은건.. 유튭입니다. ㅎㅎ 사용하는 컵에 따라 기울이는 각도, 스팀 완드(스팀 나오는 애) 와 컵 벽의 각도 같은 거, 뭐 이런걸로 결과에 차이가 많이 나더라고요. 처음 배워 놓고 잘된 상태를 숙지하면 여기저기 머쉰이 바뀌어도 적응할 수 있더라고요. 저도 처음 배울 때 유튭과 여러 글들을 보고 배웠어요. 하지만 이게 내 입에 맞는 정도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먹어보고 판단해야하니까, 혀도 열일 해야 합니다. 여튼 밀크 프로딩을 중지해야 하는 시점은 프로딩 된 표면의 거품의 상태와 불어난 우유의 양, 그리고 손으로 만져봐서 판단합니다. 프로딩 컵이 뜨거워져서 손을 오래 대고 있기 힘든 시점이면 끝입니다. ㅎㅎ 다른게 안되도, 뜨거워지고 우유 냄새가 스물스물 올라오면 이미 망한 시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_-;; 그래서 컵에 온도계가 붙어 있는 경우도 많아요. 근데 저는 걔를 안 쓰고요. 10년 넘은 터키쉬 커피 끓이는 컵 처럼 생긴 애를 씁니다. 손잡이가 길어서 뜨겁디 뜨거운 머쉰 건드리다가 손 대이는 경우가 적어요. 라떼의 경우 제 취향은 아주 확고합니다. 마이크로 폼! 언뜻봐서 이것이 거품이 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게 실키하고 매끈해 서 반짝 거리는 표면이요.ㅎㅎ 그런 애들로 라떼를 만들어 마시면 아주 부드러워요. 라떼의 경우엔 그 맛이 프로딩과 샷의 질이 반반의 비율로 결정되는 것 같아요. 아래의 애는 아주아주 잘 된 상태는 아니예요. 일단 거품이 눈에 보여서 제 취향은 아닌데 이 정도까지는 괜찮은 정도. 섞이면 대강 괜찮아지거든요.ㅎㅎ

커피에 섞으면 요로케 되는데, 괜찮아 보이죠? 물론 큰 거품이 죽은건 아니고, 저 옆에 버글버글 있긴 합니다.

마지막 한방울까지 털고 있습니다.ㅎㅎ 조기 가운데 우유보면 쟤가 거품이 있는 앤지 없는 앤지 잘 구분이 안가고, glossy 하잖아요. 우유 표면 전체가 그런식으로 마이크로 포밍 되면 제 입엔 제일 맛있었어요.

저는 여기에 시나몬 파우더를 갈아 넣고 먹습니다. 마찬가지로 셋팅하고 사진찍느라 거품이랑 크레마 좀 죽었어요... -_-;;

예전에 한국서 GRE 공부하러 다녔던 친한 까페에서 커피를 배웠었어요. 사장님이 직접 하시는 커피 수업이었는데 그때는 한참 핸드드립 유행할 적이라서 포대 자루에 잔뜩 들어간 생두 골라내는 법, 가스렌지 위에서 거의 30분간 흔들어가며(-_-) 직접 로스팅하고, 원두 종류에 맞게 맛을 그려내면서 블렌딩한 후에 핸드 드립하는 것 까지 배웠는데요. 그래도 그땐 한국에서 차 위주로 마셨을 때라서 커피에 아주 열과 성을 다하진 않았는데, 유학 오고나서 미국 물이 어찌나 맛이 없는지! 뭘 어떻게 해도 차가 맛이가 없더라고요..ㅜ.ㅜ 그래서 커피로 선회하고, 이베이에서 저렴한 중고 에스프레소 머쉰($350 정도) 사서, 독학으로 에스프레소 내리는 법을 대강, 아주 대강 배워서 마셨어요. 근데 운이 좋았던건지 그 머쉰이 Saeco Estro Profi 라고 지금은 단종된 모델로 한 때 스벅에서 팔던거였나봐요. 걔가 pressurized portafilter 모델이었던지라 아주 쉽게 만족스러운 샷이 나오더라고요. 그 머쉰엔 그라인더도 딸려있어서 커피 빈도 까다롭지 않게 고를 수 있었고요. 근데 뜨거운 라떼를 기다리지 않고 연달아 2잔 뽑고 싶다! 라는 일념으로 좀 눈을 높이다 보니, 급작스럽게 넘나 확- 레벨을 올린 머쉰을 사게 됬고. 중고 $350 -> $1,550 (before tax. ㅠ.ㅠ) 처음에 머쉰 사용할 줄 몰라서 개고생을 하고 결국 저런 머쉰은 좋은(->비싼) 그라인더를 사야하는구나 하고 거의 $400 짜리 그라인더도 함께 질러서 결국 $2,000 이 훌쩍 넘는 페어링을 장만하게 됬지만, 희한하게도 저도 D 씨도 후회가 1g 도 없네요. ㅎㅎ 잘 쓰고 있어서 근가.. D 씨는 스벅 커피랑 비교가 안된다며.. 그 돈 아끼는거 생각하면 저려미라고.. 아주 단순한 생각을 하는 남자라 근가.. 여튼 나중에 double boiler 나 heat exchanger (제 모델) 스타일의 모델을 사게 되신다면 대강 공부하고 사셔야 저처럼 초반 개고생을 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세상에 이걸 쓰는데 하루죙일 걸렸네요..ㅜ.ㅜ 엄청 글이 길어져서.. 읽다가 짜증내고 나가실듯한 느낌적인 느낌.

갑쟈기 나도 모르게 설명모드로 전환되서 어이없이 길게도 주절거렸지만, 제가 힘들게 찾아보고 공부했던 것처럼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네요. :) 


앗. 참... 퍽..ㅜ.ㅜ perks.. 잘 뽑은 커피 상태는 커피 내리고 남은 찌꺼기인 perk 으로도 판단하는데, 걔는 나중에 다시 쓸께요. 오늘은 진짜 너무 ㅎㅎㅎ


2019/03/09 15:40

의식처럼. 茶園

한동안... 진짜 한... 6개월가량 커피를 못 마셨었다. 차는 그래도 좀 마셨는데, 커피는 끊었다. 일단 한국 집에는 내 머쉰이 없기도 하고.. 집 앞에 있던 내가 좋아했던 카페가 사라졌더라고..ㅜ.ㅜ 다른 카페에 가봤는데 맛이 없었다. 커피를 제대로 뽑아내지 못하면. 커피 맛이 겉돌고 가볍기만 하다. 그런 샷과 밀크를 섞어 라떼를 만들면 가뜩이나 연한 커피 맛을 우유가 죄다 덮어버려서 밍밍하고 싱거운 맛만 난다. 

집에 돌아온 후에는 미친듯한 불면증에 아예 카페인이 들어간 차도, 당연히 커피도 입에도 안댔다. 보리차나 우엉차. 일부 카페인 없는 허브티 종류만 마셨다. 그러다가 좀 나아지는 듯 해서 이틀 전부터 마시기 시작한 커피.오랜만에 뽑는 샷이라 두근거리기도 하고, 밀크 프로딩 말아먹을까봐 걱정도 되고했는데. 막상 투샷을 뽑아 밀크 프로딩하고 마셔봤더니 아주 괜찮았다. 우습게도 그리고 믿을수 없게도. 내가 뽑은 커피 한잔에 맘이 가라앉았다. 아.. 이제 진짜 끝났구나. 그 과정들이 끝났구나.

8주간 임신이었고, 아이가 더 이상 자라지 않아 소파 수술을 통해 유산.... 과정을 거쳤다. 참. 나도 참.. 어쨌든 커피를 마셨다. 의식처럼. 


2019/03/07 05:13

다시 시작하는 일상 日床

0.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홈스윗홈. 일단은.. 집에 온지 2주가 넘어가는구나.  진짜 집에 돌아와서 내 삶에 다시 안착해가는 과정이구나..를 오늘 느꼈다. 2주간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려온 그 시간이.. 한국에서 거의...음... 5~6개월은 머물러있다가 온것 같으네. 어쩌다 이곳 이국땅을 집이라고 느끼게 된걸까. 우습다. 

1. 2층에서 3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를 때, 혹은 침실에 들어갈때마다 습관적으로 쿠로 이름을 부른다. 어두운 방에서 언뜻 보이는 까망 덩어리를 보면 나도 모르게 이름을 부른다. 쿠로 화장실이 있던 자리도 휑해졌다. 오자마자 보게된 지워진 쿠로의 흔적들. 미카일 엔데의 네버엔딩 스토리에 나오는 허무의 공간이 된것 같다. 그냥 사라진것 같은 그것. 그 구멍들.

2. 시차는 갑자기 치유되었다. 도착한 후 이번 월요일까지... 아침에 일어날때마다 절망적이었지. 지난 밤은 아예 잠을 못 자고 뜬 눈으로 침대에 누워 천정과 핸드폰만 쳐다보다, 혹은 어떻게든 자보려고 눈을 감은 채로 뇌를 고문하다가 시간이 되어 겨우 일어났다. 그게 도착한지 14일쯤까지의 나날들이었나. 그런데 화요일 아침은 갑자기 D 씨가 방에 들어와서 서랍을 여는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그래도 눈을 잠시나마 감았다 뜬 상황이었다. 왠일. 그리고 오늘 수요일 아침은 D 씨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놀라 일어나서 시간을 보니 늦잠이었다. 엄마 다 나았나봐- 그간 잠을 워낙 못자서 특단의 조치로 각방 생활중이었다. D 씨가 코를 너무 골아. 아.. 평소에는 나도 잠이 드니까 괜찮은데, 요새는 계속해서 잠을 못 자고 노력만 해야하는 밤을 보내야하니 D 씨의 코고는 소리가 너무 괴롭고 짜증났다. 내가 이렇게 괴로워하는데 니놈은 저렇게 잘잔단 말이냐-! 라는 도둑놈 심보.가 무럭무럭 자라나서 그냥 당분간 각방. 오늘은 어찌 되는지 보고, 진짜 나았으면 합체해야지. 근데.. .. 사실은 다시 내 방에서 혼자 자니까, 그 넓은 킹사이즈의 침대도 혼자 쓰고 너무 좋긴했다. ㅎㅎ 어쨌든 백일의 기적도 아니고 통잠을 자게 된 너무 기쁜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싸워서 기분이는 안 좋다.

3. 피곤하고 괴로운 시간을 보냈지만, 어쨌든 지난 주말엔 김장도 했다. D 씨도 도와주었고 지금 너무 바쁜 동생도 좀 나눠줄겸. 캘리포니아의 산불 때문인지 배추값이 미친듯이 뛰어서, 요근래 계속 한 박스에(아마 무게로는 50lb 정도 하는것 같다) $28 씩 했다던 배추가 갑자기 $15 정도로 세일을 하길래 배추 한 박스와 무 한박스도 샀다. 무는 무려! 제주 월동무라는데 한국에서 온지 2주 밖에 안되는 나는 한국에서 커다랗고 정말 싱싱한, 한입 베어먹으면 아삭하고, 달달하고 시원하던(ㅜ.ㅜ) 제주무를 실컷 먹고 와서 그런지 충격적으로 그 퀄러티가.... 여튼 한박스에 $8 정도 하는 제주 무는 동생도 나눠주고 10개는 깍두기로, 3개는 배추김치에 들어가는 석박지로 사라지고 2개 남았다. 배추는 좀 잘아서 한박스에 13 ~14 포기 정도 있었던것 같은데(D 씨가 씻어서 정확히 기억을 못하더라고) 죄다 막김치로 담궜다. 포기 김치 담그려면 걔를 절이고 뭐하고. 머리 아파서..ㅜ.ㅜ 남들은 잘도 사먹는 김치를 왜 담그고 있나.. 하면서도 매년 배추김치, 깍두기, 갓김치, 총각김치, 물김치.. 돌아가며 계속 담그고 있는 나를 보면... 진짜 세뇌가 무섭다 싶네. 우리 엄마는 내가 텍사스에서 박사하던 시절에도 김치 담궈먹으라던 말도 안되는 사람이라.. 게다가 본인은 그게 뭐 어떠냐며 김치 담궈먹는게 더 낫다고. 그 얘기만 하면 싸운다. 진짜 우리 엄마가 아들없고 딸만 있기에 망정이지, 내 엄마지만 시어머니라면 아오. 저런 부분은 진짜 싫다. 여튼, 김치를 사먹으면 나도 모르는 죄책감을 느끼나 보다. 그리고.. 사먹는 김치에서 느껴지는 그 끈적한 국물(설탕때문인지 msg 때문인지, 여튼맛이 싫다..) 아 몰라. 그냥 계속 이러겠지 뭐.

4. 어쨌든 하고 싶은 말도, 정리하고 싶은 마음들도 아직은 한 가득 끌어안고 있기만 하다. 차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빵도 굽고, 케잌도 굽던 내 부엌, 내 방, 내 공간에 들어왔지만, 이제야 돌아와있단 실감이 나기 시작하고.. 언젠가 때가 되면 다시 자리 잡고 진짜 일상을 시작하겠지. 

5. 돌아왔습니다. 다시 자주자주 봐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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