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13 13:41

오늘의 사막 함께 하는 발걸음

날이 하루종일 아주 일관성이 있다. 하루종일 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 비가 올때 차나 커피를 마시면 향이 잘 퍼지지 않고, 그냥 내 옆에만 머무는 것 같고, 그래서 그 향이 더 눅진하고 농축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런 날에 차도, 커피도 마실 수 없다니!!!! 

D 씨는 저녁으로 '비가 오면 언제나 생각나는 그 분이(라면) 먹고 싶다길래 김치라면을 제조했음. 몇 일전 수요일 자원봉사 갔던 날 쌌던 bag 안엔 pork shoulder 덩어리가 들어있었다. 5-6lb 정도 되는 커다란 애라서 걜 소분해서 냉동시켜두려고 자르다 보니 큼지막한 뼈가 붙어있는 부위가 있길래, 그 부분은 아예 잘라서 빨간 배추김치 한포기와 백김치 두포기 넣고 어제 저녁, 그러니까 금요일 저녁부터 오늘까지 시간 날때마다 폭폭 고아놓았다. D 씨에겐 그 국물과 거기 들은 김치를 넣고 라면 하나를 끓여주고, 멸치+표고버섯+디포리+양파껍질로 낸 육수로 해물부추전까지 부쳐서 저녁 해결. 나는 하루종일 주식이 모과차. 아 점심때 밥과 아침에 했던 참치전을 먹었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역시나 고투더레스트룸. 휴.. 그래서 아직도 주식은 모과차.

이렇게 하루종일 비가 오는 날 내가 생각나는 곳은 사막. 사막이다. 사막... 내가 가본 유일한 사막은 Colorado 에 있는 Great Sand Dunes. 2017년에 했던 2주간의 여행중 가장 인상깊었던 장소였다. Yellow stone 도 아름다웠고, 설경속에 우뚝 솟은 와이오밍의 Grand Teton 과, 하룻밤을 보냈던 목장 맞은편의 그 붉은 흙벽으로 만들어진 듯한 산도, Colorado National Monument 모든 것들이 아름답고 놀라움의 연속이었지만. 그 수많은 산과 눈으로 뒤덮인 절경 가운데에서도 내 뇌리에 박혀있는 것은 끝없는 모래밭이었다. 그야말로 breathtaking. 그 사막은 어딘가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는 신기루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뒤에는 설산, 앞에는 드문드문 푸른색이 보이는 목초지. 그런데 그 사이에 커다란 모래의 덩어리가 있었다. 한눈에 담겨지지도 않는 커다랗고 부드러운 사구로 이루어진 커다란 모래 덩어리. 게다가 광활하게 펼쳐진 모래밭 가장자리로 생뚱맞게 작은 creek 도 흐른다. 설산에서부터 흘러내려오는 맑고 차가운 물.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언젠가부터인지 그렇게 사막이 가고 싶더라니. 10년도 훨씬 전부터. 그땐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티벳 사막에 가고싶어했는데, 전생에 유목민족이었나보다. 눈물이 나올것 같더라니까.. 참나.

죄다 핸드폰 사진이라. 아주 좋진 않지만, 날씨가 너무 청명해서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