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4 00:40

옥수수 식빵과 깨달음 飮食

사실 나는 옥수수 식빵을 싫어하는 편이었다. 일단 그 달짝지근하고 촉촉한것도, 마른것도 아닌 식감의 건포도를 싫어했고, 걔가 들어간 옥수수 식빵은 더 싫어했다. 근데 사람이라는게 희한하게도(아니면 나만) 오랜동안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은 기억속에서 괜히 미화되기도 하다보다. 왜 싫어했는지 딱히 이유를 찾을 수가 없더라고. 그거 구수하지 않나..? 그 노란색도 이쁘장하게 먹음직스럽고 -물론 예전엔 그 노란색도 싫어했다. 버터 발라 구워 놓으면 안 이쁜 것 같아서- 갑자기, 진짜 갑자기 어느 날부턴가 옥수수 식빵이 너무 생각났다. 너무 먹고 싶었다. 심지어 머릿속에 그 건포도도 맛있었던 것 같은 기억이 돌았다. 말도 안되게. 근데 여기선 먹을 수가 없잖아. 파는 곳이 없는데. 일단 한국처럼 말랑하고 부드럽고 버터향이 물씬한 식빵같은건 없잖아. 근데 옥수수 식빵이 있겠냐고.. 그 말랑하고 부드럽고 구수했던 것 같은(..) 옥수수 식빵.. 그러다가 만들기라도 해보려고 레시피를 찾았는데, 옥수수 가루를 구할 데가 없었다.

어느 날 알디에 장보러 갔다가. 저걸 발견했다. 멕시코산 옥수수 밀가루. 옥수수를 잘게 갈아놓은 가루로 보통 Tortilla 토틸라 같은거 만들 때 쓴다. 일단 사와서 예전에 찾아서 발견한 레시피로 만들어 봤다. 여러가지 레시피를 짬뽕하고, 글루텐도 넣어서 반죽했다. 물론 건포도도 사왔지. 옥수수 빵에는 건포도가 있어야지.-_-;;;

사실 레시피 여러개를 섞어 쓰다 보니, 좀 엉망진창이 되어서 대강 반죽 질기 보면서 맞춰서 만들었다. 게다가 물대신 집에서 만든 요거트가 들어가고...@.@ 어떠케 된건지 모르겠다만. 여지껏 만들었던 식빵 중 오븐 스프링이 제일 잘 나왔다. 브레이크 앤 슈레드가 저렇게 잘 터지게 나온건 첨인듯. 물론 저것보다 더 밸런스있게 터져야하는 것 같기는 하다만. (빵을 잘라서 안 보이지만 한쪽만 저렇게 잘 나왔다)
여튼, 잘 터지다 보니, 크럼이 조밀하지 않고 부들부들. 빵이 엄청 보드랍다. 아래 사진처럼 말랑. 이거시 과연 글루텐이 없는 옥수수 가루를 섞은 빵인가! s 씨게 반을 나눠 드렸는데 너무 맛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다 드셨다고. ㅎㅎ


위의 식빵은 지지난 주말에 만든것이고. 아래는 지난 주말에 만든것인데, 얘는 잘 됬다고 생각했는데... 브레이크가 1도 없다....크럼이 떡...지지는 않았지만 위의 것과 비교하자면 크럼이 조금 더 조밀하고, 덜 보드랍네...ㅠ.,ㅠ

두 가지로 확실히 깨달은 건. 내가 그 동안 1, 2차 발효를 너무 과하게 해댔던 것 같음. 지난 번에는 너무 늦게, 오밤중 베이킹을 하느라 평소보다 발효를 덜 하고 오븐에 집어넣더니, 훨씬 부풀었었다. 특히 2차 발효를 덜 했더니, 오븐에서의 스프링이 훨씬 잘 일어난것 같다. 이번엔 그걸 깨달았으나, 중간에 운동하느라 짐에 다녀와서 좀 늦었나보다..ㅜ.ㅜ 그랬더니.. 덴장.. 못 먹을 정도는 아닌데, 여튼 처음 만들었던 것에 비하면...후...

그나저나, 노란색 옥수수 가루 구하고 싶다. 쟤는 블리치 한건 아닌데, 걍 흰색 옥수수로 만든 가루라서 흰색이다. 밀가루처럼 아주 하얗진 않지만, 난 노란색을 원한다고! 

덧글

  • 英君 2018/02/15 20:37 #

    음식 만드는 거 중에서 제과제빵은 정말 과학인 거 같아요.. ㅠ.ㅠ
    전 대충 손대중 눈대중으로 만들기만 하다 보니 제과제빵은 십중팔구로 실패하는데,
    이렇게 멋진 빵을 구우시고 또 고찰하시는 모습을 보니 존경과 반성의 념이.. ㅠ.ㅠ
    skalsy85님의 포스팅을 읽으면서 제과제빵에 좀 더 익숙해지고 싶어졌어요! ^ㅁ^
    보드란 빵 맛, 상상만 해도 좋네요... >ㅁ<
  • skalsy85 2018/02/16 11:57 #

    英君님//그러니까요. 저도 그런거 같아요. 저울로 계량하는게 베이킹 과정중에 제일 싫고 귀찮아요.ㅜ.ㅜ 저도 음식은 대~충 눈대중, 그리고 간 봐가면서 만드는데, 베이킹은 시작이 일단 계량으로 시작되니까요.. 모르죠. 유럽이나 그 쪽은 베이킹이 일상인 곳도 있잖아요.. 쉬운건 대강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죠..? 근데 우리는 그런 문화가 아니니까요. 그나저나 일본처럼 빵 맛있는 곳에 살면, 저도 이런 짓은(ㅠ.ㅠ) 안할 것 같아요. 진짜 일본은 편의점 빵 마저 맛있더라고요. 동네 빵집들도 다 깜짝 놀랄 만큼 맛있고요..ㅜ.ㅜ 전에 오사카 갔다가 들러봤던 동네빵집에서의 빵들이...진짜 예술이었어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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