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도저히 잠이 오질 않는다. 불을 끄고 누워 모로 누웠어도. 깜깜한 천정을 보고 바로 누웠어도 점점 더 말똥말똥해진다. 어디 그뿐인가. 내 심장 소리는 점점 더 커지기만 하고. 그 소리가 나를 점점 더 옥죄어 오니 잠이 올리가 없다.

j 언니와 마신 와인 한병 때문인지. 그게 아니면 연거푸 두잔을 마신 뉴기니. 아니면 온두라스 컵오브엑셀런스.이든가. 도대체 무슨 문제인지. 요사이는 별일 없는 시간이 흘러가는 그 와중에도 덜컥 겁이 난다. 신 내림 받자올 날 받아놓은 신병 앓고 있는 환자처럼. 점점 더 가슴이 물결치듯 흔들린다. 머리가 흔들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도망가고 싶은 맘만 가득하여 이것이 감정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내 이성이 이제야 제 정신을 차린건지 알 노릇이 없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니 이를 어찌해야 할까. 내가 왜 그런 미친짓을 했을까. 왜 그 말짱히 다니던 회사를 때려쳤을까. 남들 다 가고 싶어하는(들어가고 나면 별볼일 없을지도 모르는.) 그 대기업.이라는 곳을 왜 떼려치고 나와서 이 지랄.을 하고 있는건지. 이제야 제정신을 차리고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건지. 왜 양손 가득 쥐고 있던 것들을 버리고 도대체.

이런 쓸데없는 욕심은 부모. 그 어느 쪽에서 물려받은건지. 미안하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고. 욕심인지, 것도 아님. 이런 욕심 자체가. 실은 욕심이 아니라 허영인지. 도대체 언제쯤이나 되야 알 수 있을지.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가득안고 있으니 잠이 올리 없고, 점점 더 헛된 욕망에 집착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나를 버리는건지. 아님 먹히려는건지도 알 수 없고.

언제나 나는. 나를 위한 best 보다는most want 를 선택해버리고 마는 것 같다. 무엇이 옳은지는 끝까지 모를지도. 알 수 없지만. 아니 그런것들은 상관이 없다. 다만 이 심란한 맘을 잠재울 수만 있다면. 몰라도 상관없다.

by skalsy85 | 2008/06/23 02:43 | 思考 | 트랙백 | 덧글(0)

연상작용, 보쌈의 진리.

오늘은 정말 저녁하기 귀찮아서 꾀가 난다. 그래서 5시 반쯤.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나 보쌈-!' '그래. 갈 때 전화할께~' 가 이 대화의 시작과 끝이었다. 그래서 오늘의 저녁은 아빠와 함께 보쌈. 7시 반쯤 아빠와 만나 집 근처에 있는 '원할머니 보쌈'집에 갔다. 그곳에서 우연히 아빠가 중공업 다니실 때 부하직원으로 있던 두 분을 만났다. 가볍게 1시간만에 소주 3병만(..) 마시고 집에 왔다. 오랜만에 먹은 보쌈은 진짜 맛있었다.

보쌈하면 생각나는(쓸데없는 연상 놀이) 사람은 후후. 2nd 그 녀석. 고기는 거의 안 먹던 어린 시절. 그나마 대학 들어가서 먹을 수 있게 된 돼지고기는 삼겹살. 대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였던가. 그 녀석 엄마가 나를 유난히 이뻐하셨는데 (어른들이 완전 이뻐해주는 볼통통이.체형이라..-_-) 그 녀석 집에 놀러갔다가 엄마가 해주신 보쌈을 먹었다. 처음이었다. 그런 허연 고기를 입에 댄게. -_-;; 어른이 주니까 할 수 없이 먹었던 게지. 근데 아아. 완전 부드럽고 고소해-! 마치..마치. 텍스쳐가 부드럽고 밀도가 덜한(..) 피넛버터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느낌-! (..) 지금도 그 녀석을 만나면 가끔 그 얘기를 한다. :)

또 하나. 입사 초기에 조금 까다롭고 불편한 회식자리가(여직원 회식..-_-) 있었는데 장소가 보쌈집.이었다. 아. 그때 처음 '원할머니 보쌈'을 가봤던 것 같어. 입에 들어가면 맛있긴 했지만 여전히 그 고기들 가상사리에 허옇게 붙어있던 것들이 찝찝하던 나는. 주문받으시는 아주머니께 '반은 비계 없는 걸로 주세요.' 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긴 했는데 영문을 몰랐지. 알 턱이 있나. 그러나 입에 넣어보고 알았다. 완전 퍽퍽하시기만 하고. 내가 경험했던 그 부드러움 따윈 없다는거.그러니 보쌈은 허연 고기를 집어야 한다는게 진리.


그나저나. 생태탕을 끓이려고 미나리, 쑥갓을 다 사왔건만. 무우를 안 사왔다. 젠장. 내일 아침엔 아빠가 일찍 나가신다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저녁 메뉴로 돌려야 할 듯.




by skalsy85 | 2008/06/21 00:43 | 日床 | 트랙백 | 덧글(6)

추억의 향내. 맥심 그래뉼

13층 베란다는 통유리이긴 하다만, 어찌나 뿌옇고 더러운지 날씨따라 마음까지 우울해져. 그래도 뭐. 저 멀리까지 잘도 보이긴 한다만. 저 앞 맥심공장 굴뚝에서 흰 연기가 모락모락. 공장이 열심히 돌아가나보다. 저럴 땐 베란다 앞 통유리 창문을 살짝 열어둔다. 그러면 커피향이 집안 거실로 스멀스멀. :)

로스팅한지 3일 이내 아라비카산 원두. 물 온도는 86 ~92도, 물 줄기는 가늘고 일정하게 달팽이처럼 뱅글뱅글, 지금은 이렇게저렇게 따져가며 유난떨며 마신다 해도. 사실 누구나 처음 시작하는 커피는 물에 타면 녹아드는 그래뉼 알커피 아닐까. 추억의 향내같다. 

갑자기 눈물이 나려한다. 이유가 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민감해서 어따 써먹으려나.  

by skalsy85 | 2008/06/20 12:25 | 日床 | 트랙백 | 덧글(4)

이런 일상

오-랜만에 비가 없는 쨍한 하늘. 기분이 좋아서 그 동안 비 때문에 제쳐두고 있던 밀린 빨래를 했다.(완전 주부모드..;;) 아빠 와이셔츠와 양말과 속옷. 특히 속옷은 짱짱한 햇볕에 말려야 상쾌한 법. 어제 드라이 맡기려고 했던 아빠 여름양복 한벌도 맡겨야지. 비가 와서 못오시겠다던 세탁소 아저씨에게 다시 전화 해야겠다. (그러나 깜빡했다.-_-)

빨래를 다 널어두고 잠시 집 앞 마트에 갔다가 만화책을 반납했다. 작년에 동생이 보내줬던 J-crew 의 하이웨이스트 깜장저지끈원피스에 빨강 볼레로를 걸치고, 과거에(..) 한창 유행하던 하늘색스웨이드 퓨마를 신고, 정말 어쩜 그리 꼭 같은 색인지 하늘빛의 롱샴직사각형 가방에 반납해야 할 만화책 4권과 우량해 포장용 PV 백이었던 장바구니를 집어넣고 덜렁덜렁 나섰다. 집 앞에 있는 맥심공장에서 만들어내는 냉동동결건조 인스턴트 커피그래뉼 향내가 미지근한 바람에 휘감겨 날아온다.

벌써 이틀은 전에 반납했어야 할 만화책을 4권이나 가지고 있었더니 연체료가 1,500 원이 되어버렸다. 이런 쳇. 게다가 벌써 5권 까지 출간되었건만 있어야할 만화책이 집앞 대여점에 나오지 않고 있어 슬프다. 흑. 왜 3권까지밖에 안나와있느냐고요. ㅠ-ㅠ.

집앞 마트에 가서 오늘 저녁엔 무얼로 어떤 국을 끓일까. 무슨 반찬을 할까. 한참을 고민하며 빙글빙글 몇바퀴를 돌았다. 애호박 5개가 1000원이랜다. 싸다. 집어들며 호박을 사서 전을 부치자 했는데. 나 있을 동안 몇번이나 먹을까. 사두면 버리겠지 싶어 내려놓았다. 오이도 집어들었다가 내려놓고. 삼치나 고등어를 사려 했건만 그 녀석은 안보이네. 결국 콩나물, 숙주나물. (아빠가 안 질려하는 몇가지 나물) 비스켓 3 종류(..)를 사고 갈아드려야 자실 토마토 5개를 사들고 올라왔다.

집에 와서 콩나물과 숙주를 씻어 물위로 뜬 깍데기는 골라내고 굵은 소금 쳐서 냄비에 한소끔 삶아 (너무 익으면 맛이 없다. 약간 살캉할 정도. 대강 중간에 비린내가 나지 않을 타이밍(..)에 뚜껑을 열고 몇가닥 집어 먹어 본다.) 건져내어 나물로 무쳤다. 마늘을 다지고 파를 썰어넣고. 콩나물엔 맛소금과 깨소금, 고추가루를 더하고, 숙주나물엔 맛소금, 깨소금, 후춧가루, 참기름을 더해서 조물조물 무친다. 아침에 끓였던 국은 다시 내일 아침에 내고, 저녁엔 신김치와 통조림 고등어를 넣고 김치찌개를 끓여야 겠다.고 생각했다. 냉동실을 보니 더이상 파가 없네. 아빠에게 필요한 몇 안되는 야채. 대파 한단 사다가 씻고 다듬어서 지블락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둬야겠다 생각한다.

콩나물과 숙주나물 삶은 그 물에 신김치와 통조림 고등어와 멸치 한줌, 파, 마늘 조금, 식용유 조금. 그리고 고춧가루 한스푼을 넣어 김치찌개를 끓여두었다. 저녁에 아빠 오면 주지 뭐. 오늘은 아빠가 전화를 하고 오셨다.후후. 어제 뭐라고 잔소리(..)를 좀 했더니 일찍도 전화하시더라. 어제 먹었던 꽁치 조림을 또 찾으시길래 꽁치조림과 고등어김치찌개와 나물 두 종류, 그리고 새우쌀을 넣고 뚜껑 있는 종지에 담아 밥솥에 함께 쪄낸 계란찜을 찬으로 내어드리고, 식사 후엔 얼음과 꿀을 넣고 토마토를 갈아 드렸다.
 
  
이렇게 쓰고 나니 뭔가 한게 없는 것 같으면서도. 하루가 금방 가더라. 만약 내 인생의 바로 그때, 그의 손을 잡았더라면. 혹은 또 다른 그의 손을 잡았다면. 이것과 비슷하게 살았을까. 싫지는 않지만.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나름대로 평화롭거나, 여유롭거나, 혹은 무료하거나. 사실 어느 쪽이든 나는 잘 살았을것이다. 그러나. :) 이노무 욕심이 문제지.
 
괜히 나도 모르게 두근두근.


어느 비가 온 날 집 베란다에서 찍은 커피 공장. :) 




  

by skalsy85 | 2008/06/20 00:01 | 日床 | 트랙백 | 덧글(10)

밥 먹으려면 연락을-! 매운꽁치조림

오늘 아빠가 갑작스럽게 일찍 들어와버렸다. 아니 밥 먹으려면 전화를 해얄꺼 아니야-! 라고 하고픈 심정. 엄마 마음을 100만배 이해할 것 같은 딱 그런 마음이었다. 그때 난 목욕하느라 땀을 자안뜩 빼서 어질어질. 게다가 화장실 청소까지 마친 후.라 정신도, 기운도 없었거든. 게다가 아빠는 들어오자마자 나 오늘 점심 안 먹고 갔나? 라며(분명히 내가 차려줬건만-! 이것도 말 할 거리가 좀 있지만 나중에) 배고파 죽겠다는 뉘앙스를 팍팍 풍긴다. 아..

하지만 어쩌겠어. 밥은 있고, 국 끓일 시간은 없으니 김국으로 떼우고. 그나마 생각난게 꽁치통조림. 내가 원래 생선을 좋아하긴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조리법은 소금뿌려 기름에 자글자글 구워서 뜨거운 밥이랑 먹는건데. 그 담으로 좋아하는게 통조림 생선이다. 참치도 좋고 꽁치도 좋고, 고등어도 좋아. (사람들이 들으면 다 역하다고 난리지만. 난 사실 김치랑 통조림 생선 넣고 죽도 끓여먹는다는..)

그닥 어렵지 않은 조림은 달구어진 냄비에 식용유를 살짝 붓고. 꽁치 통조림 한캔을 냄비에 담은 후에 (나는 그 boiled 되어 조미된 육수가 좋아서 버리지 않고 왕창 다 넣는다) 양파 하나를 다 썰어 넣고, 파, 마늘 3쪽을 다져 넣은 후. 청량 고추 3개를 썰어넣었다. 그리고 간은 간장과 (이금기표 seafood 간장이 있어서 넣었는데. 진짜 맛있더라) 너무 깜장이 되지 않게 하려고 소금을 곁들여 간을 했고. 아빠가 좋아하는 (그리고 나도 좋아하는) 후추도 넣었고. 마지막으로 고춧가루 한 스푼. 이면 끝. :) 아 이 어찌나 간단하고 뿌듯한 반찬인지. 우리 아빠처럼 칼칼한 음식 좋아하는 사람들 입맛엔 딱이다 정말. 후후. 여기에 쌈용 야채만 있으면 정말 금상첨화이겠지만. 없으니 할 수 없지. 실은 저녁에 굵은 소금뿌려 고등어나 삼치나 사다가 구워먹을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없는걸 어째. 흥. 그러니까 연락을 했어야지-! 찬이 너무 없는 듯하여. 술안주용(..)으로 먹으려고 두었던 비엔나 소세지에 칼집을 내서 양파와 함께 소금, 후추만 뿌려 해바라기유에 볶아 내었다.
 
남편들이 말이지. 저녁 얻어먹기도 힘드네. 내 집에 내가 밥 먹으러 오는데 뭘 미리 얘기해야 하냐. 이거 너무하다. 라고 말할 지 모르지만. 뭐랄까. 밥상 차리는 사람 맘은 좀 다르다. 기왕이면 좀 더 맛있는 음식, 좀 충분히 준비하고 이것저것 챙겨서 먹게 해주고 싶은게 그 맘인것 같아. 정말 이해한다니까 엄마를...;; 나는 아빠인데도 이렇게 귀찮(..미안 아빠)은데 남편이면 으악. 남편이면 안차려줘. 아빠니까 준다. 내가.-_-;;

by skalsy85 | 2008/06/18 23:05 | 飮食 | 트랙백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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